바짝붙어서다 / 김사인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상자를 접어 묶는다몸빼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바짝 벽에 붙어선다유일한 혈육인 양 밀차를 꼭 잡고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더러운 시멘트 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 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서기 차가 지나고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펴진다밀차의 바퀴 두 개가 어린 염소처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은밤 그 방에 켜질 헌 삼성테레비를 생각하면기운 씽크대와 냄비들 그 앞에 선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멘다방 한구석 힘주어 꼭 짜놓았을 걸레를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