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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자라는 날씨

풀이 자라는 날씨 / 이 처 음 엄마가 주간 보호센터에서 자구 흐린 날씨를 가져 온다종존거리는 발자국에서 구름이 떨어지며 돌 굴러가는 소리를 낸다돌멩이 소리는 엄마의 무성한 여름을 가져오는 전조 같은 것콩잎보다 풀이 더 많는 밭이 따라 들어 온다여름이 다가오는 방향은 안개로 지은 옷 처럼 뭉글거리고 흐릿하다거실이 비 구름으로 가득해진다뭉쳐진 구름은 앞과 뒤를 모르는 사이식탁 아래 주저앉은 엄마가 풀을 뽑는다종일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하던데 안 피곤해때를 놓치면 풀이 동산이 돼오그말을 들어서 저녁이 풀씨처럼 떨어진다동글동글한 불빛이 비추는 손가락 끝에 먼길식탁 아래 펼쳐진 이랑과 고랑이 민달팽이 처럼 고집스럽게 꾸물 거린다숨이 가빠진 엄마가 방향을 바꾼다바닥에서 구름이 일어나는 건 봄이..

카테고리 없음 2026.07.16

스테이플러 씨

스테 플러 씨 / 이 규 정 그는 서류를 한 코에 제압 하고 있다 바람의 두께에 따라 뒤집어 질 수도 있지만 이미 꿰인 코는 염기 서열을 갖는 다하얀 낱장에 뼈대를 두고 있는 얼굴들 묶인 것으로 질서가 된 몸이지만 위 아래 각을 맞추는 것은 복종의 의미자세를 낮추고 하나의 각도와 눈높이로 사열되어제왕의 예의를 갖추듯 손발을 맞추고 있다 어떤 묶음도 첫 장 머리에서 움직이고 펄럭이는 팔과 다리를 갖게 된다간혹 흩어질까 묶인 것들끼리 권이 된다날개를 갖고 있어도 그 손에 한번 잡히면 그만이다 입이란 하나의 입구무엇이 채워졌을때뜬구름이라도 소화 하게 만든다솜사탕과 뜬 구름은 종이 한 장 차이 단정하게 정리된 그의 입에 꽉 물려서 봉투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적 있다 흐트러진 낱장들을 함구시키며 제압하는 따..

카테고리 없음 2026.02.19

인견 (2026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인견/ 안진영 부슬비의 한 종류인가 싶었다 구름에서 직물 짜는 소리가 들리고 그 틈에서 뚝딱 소나기 한필이 완성 되기도 했으니까 여러겹을 뭉쳐서 두꺼운 소리를 뽑아내는 일과넓게 펴 얇은 소리로 늘이는 일은 구름의 오래된 직조 법이다한덩어리의 물을 물 조리개에 넣고 따르면거기 몇 십 올의 조금 굵은 직물이 줄줄 흘러 나왔다 한쪽으로 미끄러 지듯 넘친 어제와 철커덕 기계의 틀을 빠져나온 오늘 부술부술 종일 뿌린다는 말한올 이라는 말은 모두 여름의 말 같다 구름의 끝단을 재단하는 오후내내 나는 어린 나무의 새순 같은 옷감을고르느라 계절의 숲을 지나온 것 같다 숲이 기계를 흉내 내다 기계가 다시숲을 흉내 낸다고 생각했다 가장 더운것이 여름이고그 여름속에 시원한 것이 섞여 있다 인견은 오로지 식물성인줄 알았다가 ..

유명시 모음 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