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시 모음

2024무등일보 신춘문예 젠가

샬레 2024. 7. 16. 20:47

젠가 / 홍 다 미

 

우리는 즐거움을 쌓기 시작했죠

 

딱딱한 어깨를 내어주며 무너지지 않게 

한계단 한계단 다짐을 쌓았죠 대나무가 마디

를 쌓듯 빌딩이 올라가고 집값이 올라도 내

일 모레 글피 그글피를

 

오지 않는 내일을 오늘 처럼 지금처럼

 

바람 무게를 견디려면 마스크 쓴 계절도

빙하 녹는 북극도 쌓아야 하는데

 

밤하늘이 별빛을 빼내고 있었죠

 

쌓기만 하는 뉴스는 싫증 나고요

거꾸로 가는 놀이를 해볼까요

 

쌓아놓은 블록을 하나씩 빼내는 놀이

 

장난감을 빼버리면 아이는 자라서 부모 눈물을 쏙빼고

최저임금을 빼내면 알바는 끼니를 빼먹고 

잠을 빼면 기사님은 안전이란 블록을 빼내고야 말겠죠

 

언젠가 도심 백화점도 한강 다리도 이 놀이를 즐기다 쏟아졌고

 

모닝키스도 굿나잇 인사도 기념일도 블록으로 빼내면 연애도

와장창 무너 지겠죠

 

한순간 한 방이면 끝나는 게임

손끝의 감각을 믿기로 해요

 

쌓아올린 우리가 와르르 무너질까봐 

우린 서로의 빈틈을 비껴가는 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