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의 긍정 / 오후랑
나의 낮은 열두 시간 더하기 열두 시간 꺼지지 않
는 낮은 좀 우울 했어요 내 표정을 보고 웃는 것
을 본 적이 없어요 꽃은 누구에게나 공평 하므
로 그건 예외이고요
그래요 꽃 말고도 내게 향해줄 것을 찿다가 지난
밤을 밤이 아닌 것처럼 꼴딱 샌 거죠 불어터진 라
면발 같이 풀어진 졸음과 갓 삶은 계란처럼 뜨거
운 열정이 마구 섞여 골라낼 이유 없는 은밀한 밤
의 계단을 지나면
요란한 풀밭이 나와요 나는 투명 수채화처럼 색칠
됐고요 겨드랑이가 부서질 듯이 날아봤어요 거
친 붓칠 같은 숨결들이 빙빙 돌며 나의 길을 더 어
지러이 파닥이게 하는 그런 일탈
조명발 좀 받아 보자고요 하룻밤쯤 멋진 이름으
로 개명하고 싶어요 가령 별이라든가 주머니라든
가 물론 작명소에 들러야죠 아핫 아버지 아시면
날갯죽지 확 꺽어 버리고 호적 파버린다 하실 텐
데
괜찮아요 이미 얼굴을 다 잊어버린 이름들
과 꽃 같은 조명 밑에 납작 엎드려 본 것이나 나선
으로 머리를 흔들어대며 다 드러난 나를 외워댔
던 일이나 또 너무 멀어 다시 올 리 없는 환각
의 벽에 아주 시원하게 박치기를 해봐서
무서운게 없어요
2023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