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 이 동 호
누가 급하게 뛰어든 것처럼 내 방 벽 모서리에
동그랗게 파문 번진다
물속에 잠긴 것처럼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느
껴진다
바깥의 누군가가 이 눅눅한 곳으로 나를 통째
로 물수제비 뜬 것이 분명하다
곧 죽을 것처럼 호흡이 가빠왔다
삶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나는 나조차도 낯설게
느꼈다
내가 잠든 사이 창을 통해 들어온 거미 덕분에
내게도 수심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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