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시 모음

거미줄 / 이 동 호

샬레 2023. 6. 27. 18:10

거미줄 / 이 동 호 

 

누가 급하게 뛰어든 것처럼 내 방 벽 모서리에

동그랗게 파문 번진다

물속에 잠긴 것처럼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느

껴진다

바깥의 누군가가 이 눅눅한  곳으로 나를 통째

로 물수제비 뜬 것이 분명하다

곧 죽을 것처럼 호흡이 가빠왔다 

삶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나는 나조차도 낯설게

느꼈다

내가 잠든 사이  창을 통해 들어온 거미 덕분에

내게도 수심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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